보호자용 한 장짜리 안내문, 세 번 고쳐 만든 이야기
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더 불안해져서 오시는 보호자분이 많아서, 직접 만들었습니다.
진료 시간에 보호자 교육까지 하기는 늘 빠듯합니다. 그렇다고 '검색해 보세요' 할 수도 없고요. 그래서 대기실에 둘 한 장짜리를 만들기 시작했는데,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.
1판: 실패
질환 설명, 원인, 치료, 예후를 빼곡히 넣었습니다. 직원에게 보여 줬더니 '원장님, 이거 읽다가 더 무서워져요' 하더군요. 맞는 말이었습니다.
2판: 절반의 성공
'하지 말아야 할 말' 목록을 넣었어요. 그런데 보호자 한 분이 '저 여기 있는 말 다 했는데, 제가 다 망친 건가요' 하고 우셨습니다. 금지 목록은 죄책감을 만들더라고요.
3판: 지금 쓰는 것
- 제목: '곁에 있는 분께'
- 금지 대신 바꿔 말하기. '힘내' 대신 '오늘 밥은 먹었어?' 같은 식으로 세 쌍만
- 약은 효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, 임의로 조절하지 않기
- 보호자 본인도 지칠 수 있고, 그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
- 맨 아래에 '진료 때 물어볼 것' 빈칸
글자 크기를 키우고 내용을 반으로 줄였더니 오히려 끝까지 읽으십니다. 어르신 보호자분이 접어서 지갑에 넣어 가시는 걸 봤을 때 뿌듯했어요.
만들면서 배운 건, 정보를 주는 종이가 아니라 마음을 놓게 하는 종이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. 자세한 건 진료실에서 하면 되니까요.
※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