주말 이틀을 누워서 보냈다, 그리고 일요일 저녁
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정신 차려 보니 일요일 오후 다섯 시였어요.
과장이 아니에요. 금요일 밤에 '주말에는 방 치우고, 장 보고, 운동화도 빨아야지' 했거든요. 그중에 하나도 못 했어요. 일어나서 화장실 가고, 물 마시고, 다시 누웠어요. 배달 한 번 시킨 게 유일한 사건이에요.
쉰 건데 쉰 것 같지가 않아요. 몸은 누워 있었는데 머리는 계속 '이러면 안 되는데'를 돌리고 있었으니까요. 누워 있는 동안 내내 스스로한테 혼나고 있었던 셈이에요. 그래서 더 피곤해요.
일요일 다섯 시가 되니까 익숙한 생각이 왔어요. '주말을 통째로 날렸다. 나는 왜 이 모양일까.'
거기서 한 번 멈춰 봤어요. 날린 건 날린 거고, 지금부터 잠들 때까지 다섯 시간이 남았잖아요. 다섯 시간으로 주말 계획을 다 할 수는 없지만 하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.
운동화를 빨았습니다.
대야에 물 받아서 솔로 문질렀어요. 구정물이 나오는 게 꽤 시원했어요. 베란다에 세워 놓고 나니까 손에서 비누 냄새가 나더라고요. 그 냄새가 좋아서 한참 맡았어요.
방은 여전히 엉망이고 냉장고는 비어 있어요. 그래도 내일 아침에 마른 운동화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. 그 정도면 이번 주말은 0은 아닌 걸로 하려고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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